일치, 자유, 사랑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03-03 16:23
조회
200
안녕하세요. 최원배입니다.

 

문득 우리 공동체 구성원분들께 짧은 글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일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입학식이 있습니다.

여느때처럼 학교는 분주하면서도 어렵게 시작을 하고 있어요.

오늘 4학년 부모님들께서 보내주신 반찬을 나누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이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그만큼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2년전 짧은 편지로 부모님들께 인사드렸던 내용인데, 학기를 시작하는데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존 스토트 목사님의 글을 부분 인용하여 썼음을 밝혀드려요.

 

‘하나됨’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이 가치는 대안교육 초기부터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노력으로 대안교육진영은 ‘연대’를 만들어 각기 다른 색깔의 작은 학교들의 ‘하나됨’을 위해 애를 써오고 있습니다. 이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지요. 함께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칠보산자락으로 눈을 돌려봐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곳 서수원지역은 예부터 작은 공동체들이 자생해왔습니다. 생협, 협동육아, 방과후, 공부방, 대안학교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들 역시 함께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기에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었던 것이겠지요. ‘공동체’라는 말은 늘 옆에 있는 말이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면 공동체가 무엇일까요? 왜 공동체가 중요할까요?

 

공동체란 각기 다른 색깔과 기능이 모여 한 몸을 이룬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합니까? 한 몸에는 여러 기능이 있으나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에게도 부족한 점이 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연대가 중요합니다. 인정하되, 사랑과 존경으로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 말입니다.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아니 대안교육의 짧은 역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나됨’의 중요함을 역설하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로 분열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은 ‘양극단’(polarization)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 단어는 진리의 어느 한쪽 끝에만 머물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가리키는데,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한쪽 극단으로 밀어내고 자신은 그 반대편에 서려고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양극단을 동시에 볼 수만 있다면, 공동체가 발현하는 건전한 균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성과 감성, 보수와 진보, 형식과 자유, 대안교육과 사회참여’의 모습으로 분열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조금 더 지성적이고 논리적인 명제를 우선하는 반면, 어떤 분들은 감성에 호소된 명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조금 더 보수적인 면에서 사안을 접하고, 어떤 분들은 변화를 꿈꿉니다. 어떤 분들은 형식의 엄숙함을 중요시하는 반면, 어떤 분들은 그것에 답답함을 느껴 자유로운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대안교육이라는 우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만 하고, 어떤 분들은 사회참여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모두의 주장이 옳습니다. 모두의 열정에 동의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를 꿈꾸고,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기 존 스토트가 말했던 오래된 격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

 

일치, 자유, 사랑

 

늘 옆에 있지만 잘 볼 수 없었던 이 단어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성과 감성 모두를 강조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 모두를 강조해야 합니다. 형식과 자유 모두를 강조해야 합니다. 대안교육과 사회 참여 모두를 강조하되, 둘 중 어느 것으로 반대편을 대치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발을 굳게, 그리고 동시에 양쪽 모두에 딛고 서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도록 말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도 중요한 논의를 합니다. 학교의 의견을 모으려고 합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허락하되, 이 모든 것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는 우리의 미덕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3.3. 화.

 

대표교사 최원배 올림

 

 

 

 

 

 

 
전체 1

  • 2017-03-04 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