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학년 농적삶 7일차(10월 20일)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4-10-20 10:38
조회
25
일요일. 오늘도 늦잠이었다. 주말을 주말답게 보냈다. 내일부터는 여섯 시에 깨울 거니까. 오늘까지는 푹 자고 푹 쉬기. 나가 보니 빨래들이 널려 있다. 어제 세탁기를 돌리고 방에 널었던 것들을 밖으로 뺀 모양이었다. 어제는 구름이 두꺼웠는데 오늘은 볕이 잘 들었다. 빨래 널기에 적당한 날. 밥솥으로 고구마를 삶았다. 어제 같은 시간에 나갔다가 애매하게 허기가 졌던 경험이 있어서 뭐라도 먹고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고구마가 달았다. 우유, 고구마로 배를 채우고 버스 정거장으로 나갔다. 오늘 목적지는 홍성 읍내. 홍성역에 가서 돌아갈 기차표도 끊어야 했고,  홍주읍성도 둘러보기로 했다.

홍성역까지는 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갔을까. 역 근처에 내린 우리는 역으로 가서 기차표부터 끊었다. 벌써 표를 끊을 때가 오다니. 아직 절반이 남은 셈인데 돌아갈 표를 끊은 것만으로도 이 생활이 곧 마무리될 것만 같았다. (농적삶도 3주 정도 해야 하나...) 홍성역 앞에는 작은 기념비가 있었는데 한용운 시인, 김좌진 장군 등의 부조가 있었다. 모두 홍성 출신이었다. 읍내를 걷다 보니 백야 김좌진 장군의 석상도 보였다.

읍성에 도착해서 옥사와 역사관을 둘러 봤다. 이곳은 과거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받을 때 그 수가 많았던 곳인데, 삽교천으로 바다가 연결되어 있어서 새로운 문물들을 접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는 문물, 사람이 배로 오갔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항일 의병 운동도 적극적으로 진행된 곳이었다. 홍주읍성은 실제로도 일본군과 전투가 있었던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됐다. 일요일이지만 오히려 한산했다. 얘들아, 아무거나 먹지 말고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보자꾸나. 지도에서 검색을 해봤다. 홍성에서 유명한 건 소였다. 현재도 한우는 홍성에서 가장 많이 키운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소를 잡는 곳은 예산이기 때문. '어디 지역의 소'라고 나갈 때는 잡은 곳의 이름이 찍힌다고 한다. 어쨌든 여기서는 한우가 유명하다. 그래서 식당 검색을 해봤더니 한우집들이 나온다. 얘들아, 이건 안 돼. 한 명이 먹고 네 명이 구경하면 가능한데. 배는 점점 고파오고, 김밥집이 유혹했다. 마라탕집도 있었다. 걷고 걷다가, 그래도 여기서 먹어볼 수 있는 걸로. 소머리국밥집 채택. 이 정도면 향토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식당 근처까지 도착. 내비게이션이 시장 골목 뒷쪽으로 인도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갔는데 입구가 안 보였다. 막다른 길. 내비게이션 지시대로 하려면 담을 넘어야 했다. 얘들아, 다시 돌아서 가자. 빙 둘러서 가니 식당이 보였다. 소머리국밥 네 그릇과 순대국밥 한 그릇.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이전에 먹어본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을 위한 준비. 감기 기운이 있는 학생도 있어서 좀 더 쉬고 회복할 필요도 있었다. 나도 밀린 글들을 쓰고 낮잠도 자다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스파게티였다. 분명 5인분이었는데 먹는 걸 보니 3인분 같았다. 그럴 줄 알고 밥도 해뒀다. 밥이 올라오니 반찬이 따라 나왔다. 밥을 다 비웠다. 압력솥으로 한 거라서 누룽지가 있었다. 물을 넣고 끓였다. 또 다 비웠다. 오늘 분명 일을 안 했다. 쉬는 날이었고 에너지 소모가 그만큼 덜했을 텐데. 점심 때 국밥도 든든하게들 먹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후식으로 꽈배기도 하나씩 사줬다. 그런데 저녁식사가 풀 코스가 됐다. (스파게티 - 밥 - 누룽지) 계속 자랄 나이인가 보다. (나는 옆과 앞으로 자란다.)

밥을 먹으면서는 많은 대화들을 나눴다. 학교에 대해, 생활에 대해... 어쩌면 시시콜콜할 수 있는 이야기들. 어쩌면 너무나 중요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그런 여유가 있다는 것. 이 정도면 오늘은 정말 잘 쉰 것 같다.

내일부터는 다시 6시에 일어난다. 다음 늦잠은 집에서.



우물터



태형 체험 직전(실제 한 건 아닙니다만)



빨래 말리는 중
전체 2

  • 2024-10-21 14:16

    풀 코스 훌륭합니다! 아이들 멕이느라 선생님이 고생하시네요 ^^


    • 2024-10-21 19:53

      먹은 힘으로 일들 열심히 해서 예쁨 받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