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학년 농적삶 6일차(10월 19일)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4-10-20 10:37
조회
28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30분쯤이었나.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8시가 된 것 같았다. 눈을 또 감았다가 뜨니 거의 9시. 이제 깨울 시간. 하지만 깨우지 않았다. 이미 어떤 학생들은 밖에서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왕 자는 거 더 자라고 뒀다. (내 자신을 포함....) 느지막이 일어나서 슬금슬금 움직이는 걸로. 토요일이 왔다. 드디어 쉬는 날. 오늘은 밝맑도서관과 만화방을 가는 날. 오늘 하루는 아주 여유롭게 보내는 게 목표. 버스 시간은 10시 55분쯤. 우리는 10시 40분쯤 적당한 걸음으로 정거장으로 나갔다. 시골 버스라서 배차 간격이 길다. 놓치면 안 되니까 최소 15분 정도는 남겨 놓고 나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정거장에 앉아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저 멀리 광천에서부터 오는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버스 탈 채비를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기사님께 눈인사를 했다. 웃으면서 받아주셨다. 이제 도서관으로 가려는데 뭔가 애매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자 생각을 했는데 안 먹자니 도서관에서 배가 고파서 내용이 안 들어올 것 같고, 먹자니 좀 이른 것 같기도 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좀 사줬다. 적당히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만 요기를 하게끔. 먹고 나니 정신들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길로 도서관으로 이동. 두 시간 동안 각자 책 읽기. 밝맑도서관은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지은 건물. 시작이 이렇다 보니 느낌도 약간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세미나, 강의 등이 따로 열리기도 한다. 도서관 자체가 이곳 사람들을 묶어주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2시에 도서관을 나섰다. 점심식사 시간. 식당을 두 군데 봤는데 아뿔싸.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휴식 시간. 우리를 구원해 준 것은 '삼국지'라는 중국집. 그곳은 휴식 시간이 따로 없었다. 여기 아니었으면 상당히 난감했을 뻔했다. 배가 고프면 여유도 사라진다. 식욕을 해결하지 못한 좌절감과 배고픔이 온 몸을 채울 것이니. 그렇게 되면 오후에 만화방도 못 간다. ㅋㅋ거리며 웃을 틈이 우리 안에 없을 테니.

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가격도 싼 편이었다) 만화방으로 이동했다. 이름은 ㅋㅋ만화방. 청소년은 무료. 어른은 3,000원. 이 곳도 도서관처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세운 곳이다. 7년 전 1기 학생들과 왔을 때는 보드게임을 정말 재미 있게 했었다. 여태껏 잘 운영이 되고 있다니 반가웠다. 다들 자리를 잡고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도 3,000원을 내고 (아주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시간 30분 정도 생각했는데 만화방에서 이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닐 거다.) 한참을 읽다가 4시쯤 나와서 장을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6시 30분 버스를 타는 걸로 연기. (절대 제가 보던 게 끊겨서 그런 게 아니라 학생들이 푹 빠져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 안쓰...)

5시 40분쯤 나와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고구마, 라면, 빵, 쌀, 부침가루 등등 남은 기간 동안 해 먹을 것들을 샀다. 장거리를 들고 버스 홍동면사무소 앞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니 근처에 묶여 있던 강아지가 계속 짖어댔다. 버스 시간표를 다시 한 번 확인. 잠깐. 다시 한 번 확인. 엇. 뭔가가 잘못됐다. 우리가 여기로 올 때는 광천에서 홍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갈 때는 홍성에서 광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내가 확인한 시간표는 광천에서 홍성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 그러니까 반대로 본 것이다. 재빨리 반대 방향 버스 시간표를 봤다. 7시 35분 경에 버스가 온다. 그걸 발견한 시간은 6시 15분쯤. 그러니까 앞으로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뜻. 근처 강아지는 좀 조용해졌다가 또 짖기 시작했다. 막차가 끊긴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걸어서 가면 7km 정도니까 1시간 20분 정도. 걸어서 가면 도착할 때쯤 우리가 탈 버스가 옆으로 지나가겠지.

3명은 정거장에 남고 나와 학생 1명이 편의점으로 갔다. 저녁이라 좀 쌀쌀해서 핫초코 같은 음료들을 샀다. 뜨거운 물로 하나씩 타서 들고 갔다. 갑작스러운 티타임. 그것도 버스 정거장에서. 디저트로 쿠키도 한 개씩.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잡담 좀 하면서 차 한 잔씩 하면서 있다가 보니 7시가 훌쩍 넘었다. 다행이었다. 편의점이 근처에 있어서. 차 한 잔에 시간 가는 줄 몰라서. (막차가 끊겼다면 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겼겠지.) 7시 35분이 넘어갔다. 저 멀리서 반가운 모습이 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버스였다.

도착해서 얼른 밥을 앉혔다. 그리고 된장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호박, 양파, 파, 두부,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사 온) 양념을 풀어 넣고 (제가 된장으로 간을 맞출 정도 실력은 안 되기도 하고 양념 재료 다 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거든요) 푹 끓였다. 학생들은 밥과 국을 다 비웠다. 흡족한 하루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중



ㅋㅋ만화방으로 올라가는 길

 
전체 3

  • 2024-10-21 14:12

    ㅋㅋ만화방 우리 동네도 그런 만화방이 있음 좋겠다 했었는데 말이지요~~


    • 2024-10-21 19:52

      호매실 쪽 만화카페가 검색해 보니 하나인가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올 때마다 합니다.

      1단계: <만화방 어때요?>라는 추진위 결성
      2단계: 공청회(장소 등 제안 받기, 운영형태는 어떻게?)
      3단계: 장소 범위 좁히기
      4단계: 진행 및 운영
      5단계: 선순환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2024-10-22 19:22

    ㅎㅎ 만화방에서 모두 한마음이 되었군요~